'비사 가능성 연구협회'의 연구원들 중 해고당한 연구원들의 목이 잘려나가 하도의 강 속에 갇혀 그 사이를 헤엄치는, 차원의 흐름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물고기이다. 차원의 강에서만 살며, 강 밖으로 나가 바깥의 세계로 나가게 되는 즉시 죽는다.
복어처럼 동글동글한 공처럼 생긴 몸통에 지느러미와 함께 학사모처럼 생긴 뿔이 달려있는데, 그 뿔에 낚시추처럼 생긴 촉수가 달려있다. 희미한 빛이 난다.
이 물고기들은 강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여러 차원 속의 웬만한 사람들보다 머리가 좋기 때문에 차원이동자들에게 조언을 해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성질을 긁거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뿐이기에 비사치들은 차원 이동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훌륭한 샌드백, 그리고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 줄 수 있다.
여러 차원의 생물학자들은 '비사치의 조언들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라며 주장하는데, 정작 이 생물학자들도 비사치들의 조언을 심기 거슬리게 하는 방해꾼들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왜 비사치들의 조언은 우리에게 좋게 들리지 않는가? 여기에 몇 가지 이유를 댈 수 있다.
우선 비사치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여성 외에도 다른 성별이 존재함을 이제야 깨달은 한 단무라기에게 이성과 결혼할 수 있는 확률을 개산해 주어 절망에 빠지게 해주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니기 때문이다. 차원이동을 하다 만난 차원 이동자의 편도 아니고, 다른 차원의 종족 때문에 고통받는 종족의 편도 아니며, 심지어 자기 자신의 편도 아니기 때문에 조언받는 자의 입장에서는 한 가지를 선택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만약 정말로 도움된다고 생각되는 조언을 해 주는 비사치를 만난다면 당장 여분 잠수 고글을 비사치의 머리에 끼우고 데리고 다닐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인생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물고기들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따른다면 차원이동자로써의 삶은 평평한 바닥 위에 눕는 것보다 훨씬 쉽고 편안해질 것이다.
차원의 강 속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차원 이동자들이 이것들의 말을 따른다면 초식동물들이 호랑이의 눈을 피해다니고, 호랑이는 살아있는 초식동물들이 고통을 느끼지 않게끔 죽은 동물들만 먹게 될 정도로 생태계가 뒤집어질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차원 이동자들은 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차원의 공간 이동 통로마다 보통 한 마리 이상의 비사치가 존재하는데,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할지도 모른다 : '차원의 통로 수보다 차원이동자들이 훨씬 많아 포획량이 엄청날 텐데 이 물고기들은 멸종 안 합니까?'
답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다. 차원의 강에서 갈 수 있는 차원의 통로는 약 7억 개가 넘으며, 어느 한 차원 이동자가 비사치를 잡아가면 또 다른 비사치가 즉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이 물고기들의 개체 수 걱정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자신의 생명 연장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비사치'는 '비사치다'라는 순우리말에서 따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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