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m & Roe/본편

7. Interpret Forefather

RiELL 2023. 4. 9.

#XXX 워커 가문 저택, 어두컴컴한 엘더의 개인 휴게실

천천히 조명이 켜지며 담배연기로 자욱한 방 안의 전경이 나타난다. 그 흐릿한 시야 사이로, 소파에 앉아 물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노인의 흐릿한 실루엣이 나타난다.

 

엘더 : (담배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신 뒤 내뱉는다.) 후우-...

엘더가 내뱉은 담배연기가 일시적으로 회오리를 일으키더니 그대로 공중에 흩어진다.

엘더 :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중얼거린다.) ...책임감, 무책임... 기회, 성공....실패...

엘더, 다시 담배연기를 깊게 들이마신 뒤 내뱉는다.

엘더 : (중얼거리며) ...희열감, 절망감... 상실감, 허무함.... 만남, 헤어짐...

엘더,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손가락을 휘두른다. 그와 동시에 담배와 주변을 가득 메우던 담배연기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엘더 : (인상을 쓰며) ...이런 짓도 더는 무슨 소용이지? 잠깐의 심리적인 위안을 가져다줄 뿐, 결국에는 현실도피와 다름없지 않은가. (손을 이마에 갖다 대며) ...요즘 들어 왜 이리 지나간 결정에 끊임없이 회의가 드는 건지...

엘더, 자신이 앉아있던 소파 주변을 둘러보다 신음 섞인 한숨을 내뱉는다.

엘더 : (두 손을 모아 잡으며) ...가 다시 마법사들의 세계에 혼란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오르기만 해도 불안함이 엄습해오는군... (눈을 감으며) ...후회하지 않아, 나 스스로 몇 번이고 고려하여 결정한 일이니... 그에 대한 소식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걸 보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겠지. 마법사들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이념에서 워커 가문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한숨을 내쉬며) 어쩌면 가문창시자 분께서도 충분히 이해해 주실지도...

그때, 어두운 방 한구석에서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 (날카로운 목소리로) 과연 그럴까, 엘더 워커?

엘더, 갑작스러운 사람의 목소리에 놀라며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급히 돌아본다. 암흑 속에서 누군가의 그림자인 듯한 형상이 나타난다. 그 어둠 사이로 의안 형태의 두 눈동자가 붉게 빛난다.

에단 : (엘더를 내려다보며) 이 워커 가문의 창시자, 에단 페르디난드 워커가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엘더 : ...!! (에단에게서 시선을 피하며)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에단 : (붉은 두 눈을 번뜩이며) 나의 모습이 두려운가, 엘더 페르디난드 워커? 그런 얄팍한 의지로 무너졌던 워커 가문을 다시 일으켰다는 사실이 그저 경이로울 정도이군.
엘더 : 윽-... (눈을 질끈 감다가 에단을 똑바로 바라보며) ...전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 6500년 전 워커 가문을 세우셨던 당신처럼, 누군가의 도움 없이 저 혼자만의 힘으로 워커 가문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제 의지는 강합니다. 당신이 말했듯이 끝은 시작과도 같은 것처럼, 당신과 전 같은 의지를 갖췄단 말입니다!
에단 : (가엾다는 듯이 엘더를 측은하게 바라보다 고개를 저으며) 넌 나와 조금도 같지 않다.

엘더, 의기소침해진 얼굴로 시선을 피한다.

에단 : (눈살을 찌푸리며) 왜 너는 워커 가문을 다시 일으킨 일을 혼자 해냈다고 생각하는가? 나의 저택이 불타오르던 그때 널 살려주었던 가족들과, 너를 끝까지 사랑해주고 의지를 주었던 여자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인가? 왜 너는 타인에게 감사할 줄을 모르고, 이기적인 생각만 하려 하는가?

엘더, 에단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그런 엘더를 잠시 바라보다 에단, 다시 말을 잇는다.

에단 : 나의 가문을 처음 세웠을 때도 전부 내가 이루어낸 것은 아니었다. 나의 저택을 지을 적 도와주었던 인부들과 나를 사랑해주었던 그녀, 그리고 나의 자식들이 있었기에 워커 가문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기적인 생각의 존재부터가 너와 나의 매우 큰 차이이니, 애초부터 나를 너와 동급으로 생각하지 마라.

 

엘더, 에단의 훈계에 부끄러움이 들어 시선을 떨군다.


에단 :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돌아오며) ...네가 날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네 육체의 눈이 감긴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 (검게 형태만 남은 손을 바라보며) 너도 알다시피, 워커의 혈을 가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성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지기에 그 독물이 완전한 붉은빛을 띠게 되는 날을 기점으로 실질적인 육체를 포기하는 자들이 늘어난다. (고개를 엘더에게로 돌리며) 넌 상당히 늦은 편에 속하는군. 그러나, 이는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정신적으로는 영생을 살 수 있지만, 그만큼 시간이 지나면 너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잊혀 고독함은 늘어나고, 세상에 대한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되며, 육체의 형체도 점점 사라져 속세에서 영원한 속박을 당하게 된다. (슬픈 눈빛으로) ...그러나 과거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법.

에단, 지그시 눈을 감으며 의안을 소환한다.

에단 : 그러나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너에게만은, 너의 몸을 원래대로 다시 되돌릴 기회가 존재한다. 너는 네가 가지고 있던 그 시계를 깨부수는 주술로 육체를 잃은 것이니, 그것과 같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 네가 다시 소유하면, 원래의 몸으로 돌아올 것이다.
엘더 : (인상 쓰며) ...그 시계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저 외에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에단 : (눈을 가늘게 뜨며) 감히 날 의심하는가, 엘더 워커?

엘더, 에단의 말에 침묵한다.

에단 : ...마지막으로, 난 너에게 할 수 있는 건 그저 조언해주는 것뿐, 네가 내린 그 어떤 결정에도 상관하지 않는다. 이젠 난 더는 가문장도 아니고, 삶의 의미 또한 너의 운명이 다하는 순간 그와 함께 사라질 것이니. (뒤를 돌아보며) 나는 이만 가볼 테니, 후회하지 않을 신중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이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기억하길, 모든 것의 끝은 시작과도 같을 것이라고.

에단,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엘더,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멍한 얼굴로 에단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천천히 페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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